미국 주식 이야기 - 블록버스터 : 한때 미국을 지배한 비디오 제국, 넷플릭스에 무너진 전설
뉴욕 맨해튼의 한복판, 1990년대의 거리에는 여전히 비디오 대여점의 네온사인이 반짝였다. 그중에서도 파란색과 노란색이 어우러진 큼직한 간판, 블록버스터(Blockbuster)는 그 시절 미국 가족들의 주말을 책임지던 성지였다.
토요일 저녁, 가족들은 저마다 팝콘을 들고 블록버스터 매장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신작 코너 앞에서 눈을 반짝였고, 부모들은 “이번 주엔 액션이야, 코미디야?” 농담을 주고받았다.
매장 안에는 영화 포스터와 VHS 테이프가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점원들은 파란 셔츠에 노란 명찰을 달고, “오늘은 어떤 영화 찾으세요?” 환하게 인사했다.
블록버스터는 단순한 비디오 대여점이 아니었다. 그것은 미국 중산층의 문화이자, 가족의 추억 그 자체였다.
이 거대한 제국을 이끈 사람은 존 안티오코였다. 그는 블록버스터를 전국 9,000개 매장, 8만 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린 공룡 기업으로 키워냈다.
“우린 영화관을 집으로 옮겨왔습니다.”
그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고, 월가의 투자자들은 블록버스터의 주식에 열광했다.
그런데, 어느 날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캘리포니아의 한 차고에서, 두 남자가 조용히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비디오를 우편으로 빌려주는 건 어때?”
그들이 만든 회사가 바로 넷플릭스였다.
블록버스터의 임원 회의실,
한 젊은 직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넷플릭스라는 신생 업체가 우편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디지털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임원들은 코웃음을 쳤다.
“사람들은 직접 매장에 와서 영화를 고르는 걸 좋아해. 인터넷? 그건 아직 멀었어.”
하지만 변화는 생각보다 빨랐다.
넷플릭스는 점점 더 많은 고객을 끌어모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비디오 반납 기한에 쫓기지 않아도 됐고, 집에서 클릭 몇 번이면 영화를 빌릴 수 있었다.
블록버스터는 뒤늦게 온라인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이미 시장은 넷플릭스의 것이었다.
매장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파란 간판은 빛을 잃었고, 직원들은 “이제 우리도 끝인가요?”라며 서로를 바라봤다.
존 안티오코는 마지막까지 “블록버스터는 절대 망하지 않는다”고 외쳤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2010년, 블록버스터는 파산을 선언했다.
한때 미국의 밤을 밝혔던 네온사인,
수백만 가족의 추억은 그렇게 사라졌다.
이제 오리건 주의 작은 마을에 단 한 곳,
마지막 블록버스터 매장만이 남아 있다.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VHS 테이프를 만지작거리며
“이게 바로 우리 가족의 주말이었지”
옛 추억을 떠올린다.
거대한 제국도,
작은 변화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그리고 그 교훈은,
오늘도 새로운 혁신을 두려워하는 누군가의 마음속을 조용히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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