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 무안국, 공용과의 운명적 만남

북방의 겨울이 끝나갈 무렵, 무안국은 낡은 망토를 두르고 먼지를 뒤집어쓴 채 북해성 성문 앞에 섰다.
그의 손에는 칼자루가 닳아버린 오래된 철추가 들려 있었다.
눈보라가 그치지 않는 날들이 이어졌고, 무안국은 며칠째 굶주린 채로 길을 떠돌았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을 위한 힘을 쓰고 싶지 않았다.
마을을 지키던 그날 이후, 그의 마음에는 오직 ‘누군가를 위해 싸운다’는 신념만이 남아 있었다.
성문 위에서 병사가 소리쳤다.
“이름을 대라! 무슨 일로 북해성에 왔느냐?”
무안국은 눈을 들어 성벽을 바라보았다.
“이름 없는 장수, 무안국이옵니다.
먹을 것과 잠자리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정의를 위해 창을 들 자리를 찾으러 왔소.”
잠시 뒤, 성문이 열리고 위엄 있는 사내가 말을 타고 나왔다.
그가 바로 북해의 태수, 공용이었다.
공용은 무안국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물었다.
“네가 그 무안국이냐?
도적떼를 물리치고, 약한 자를 위해 싸웠다는 그 사내?”
무안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그저, 힘이 필요한 곳에 힘을 보태고 싶을 뿐입니다.”
공용은 미소를 머금고 손짓했다.
“내 군에 들어오라.
정의와 의리를 아는 자라면, 내 곁에 설 자격이 있다.”
그날 밤, 무안국은 처음으로 북해성의 군영에 발을 들였다.
군막 안에는 각지에서 모여든 장수와 병사들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는 경계와 호기심, 그리고 묘한 기대가 뒤섞여 있었다.
“네가 그 무안국이냐?”
건장한 장수 하나가 술잔을 내밀었다.
“내일 전장에서 네 힘을 직접 보고 싶군.”
무안국은 잔을 받아들었다.
“힘이란, 나 혼자 쓰는 게 아니라 함께 나누는 것이라 배웠소.”
공용은 무안국을 불러 조용히 물었다.
“네가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이냐?”
무안국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약한 자, 억울한 자,
그리고 이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정의가 설 수 있는 한 조각 땅을 지키고 싶습니다.”
공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바라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내 곁에서, 함께 정의를 세워보자.”
며칠 뒤, 공용은 무안국을 데리고 마을을 순찰했다.
굶주린 백성들에게 곡식을 나눠주고,
병든 노인을 위해 군의관을 불러 치료하게 했다.
무안국은 그 모습을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런 이가 주군이라면,
내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겠구나.’
공용 진영에서 무안국은 처음으로 진정한 동료들을 만났다.
때로는 술잔을 나누며, 때로는 창끝을 겨루며
서로의 용기와 신념을 확인했다.
어떤 날은 병사들과 함께 진흙탕을 굴렀고,
어떤 날은 밤새 성벽 위에서
적의 기척을 살피며 긴장된 밤을 보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공용 진영에도 질투와 시기,
그리고 약자를 얕보는 장수들이 있었다.
한 번은 무안국이 병사 하나를 대신해 벌을 받았다.
“네가 왜 남의 죄를 대신하느냐?”
무안국은 묵묵히 매를 맞으며 대답했다.
“힘이란, 남을 위해 쓰는 것이라 배웠습니다.”
그날 밤,
동료 장수들은 조용히 무안국의 군막을 찾아왔다.
“네가 진짜 사내구나.”
그들은 술잔을 내밀며
진심으로 그를 인정했다.
공용은 점점 더 무안국을 신임하게 되었다.
작은 전투에서 무안국이 선봉에 서서
적의 진을 무너뜨렸을 때,
공용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네가 있기에 내 군이 더욱 강해졌다.”
이제 무안국은 더 이상 떠돌이 장수가 아니었다.
공용의 이름 아래,
정의와 의리를 위해
진정한 무장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성벽 너머로 달이 떠오르고,
북방의 바람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러나 무안국의 가슴에는
처음으로 따스한 불씨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불씨는,
이후 수많은 전장과 고난 속에서도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울 힘이 되었다.
공용과의 만남
그것은 한 떠돌이 장수가
진정한 신념과 동료,
그리고 자신의 길을 찾는
새로운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