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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북방의 용, 문추의 성장

이익의 소중함 2025. 6. 30.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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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의 겨울은 잔혹했다.  
황량한 벌판을 가르는 칼바람이 사람의 뼈마저 얼려버릴 듯 날카로웠다.  
문추가 태어난 마을은 들판과 산 사이, 바람이 가장 먼저 닿는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곳에서 자란 소년은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  
어린 시절, 그는 마을 아이들과 달리 힘을 자랑하기보다는, 약한 이를 먼저 챙겼다.  
아버지의 무거운 창을 처음 손에 쥐던 날,  
“힘이란 남을 꺾기 위해 쓰는 게 아니다. 약한 자를 지키는 데 써라.”  
그 말이 문추의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열다섯, 황건적의 난이 북방을 휩쓸었다.  
불길이 마을을 삼키고, 비명이 밤을 가득 메웠다.  
문추는 어머니와 어린 동생을 등에 업고 산으로 피신했다.  
그는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고, 피로 얼룩진 손을 바라보며  
“이 손을 더럽히더라도, 가족만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그 후로, 문추는 마을의 방패가 되었다.  
도적이 나타나면 가장 먼저 달려갔고,  
굶주린 아이들이 있으면 사냥한 고기를 나누어주었다.  
그의 힘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세상은 점점 더 거칠어졌다.  
하북 전역에 전운이 감돌고, 각지의 군웅들이 세력을 다투었다.  
문추의 이름도 점차 넓은 땅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마을에 낯선 사내들이 말을 타고 들이닥쳤다.  
그들은 원소의 사자였다.

“이곳에 문추라 불리는 사내가 있느냐?”  
문추는 주저 없이 앞으로 나섰다.  
“내가 문추다. 무슨 일로 오셨소?”  
사자 중 한 명이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하북의 주인, 원소 공께서 그대의 무용을 들으시고,  
직접 만나보고 싶다 하셨다.”

문추는 잠시 침묵했다.  
마을을 떠난다는 것은 곧 가족과 고향을 등지는 일이었다.  
그러나 세상이 변하고 있었다.  
더 큰 힘이, 더 넓은 울타리가 필요했다.

며칠 뒤, 문추는 가족과 마을 사람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추야, 어디에 있든 네가 지켜야 할 것은 변하지 않는다.”  
문추는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 반드시 부끄럽지 않게 살겠습니다.”

원소의 군영에 도착한 첫날,  
문추는 수백 명의 장수와 병사들 앞에서 무예를 보였다.  
무거운 창을 휘두르는 그의 모습에  
병사들은 탄성을 질렀고,  
장수들은 수군거렸다.  
“저 북방 사내가 과연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원소는 호화로운 군막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흰 수염, 날카로운 눈매,  
그러나 미소에는 묘한 여유와 권위가 깃들어 있었다.

“그대가 문추인가.”  
원소의 목소리는 낮고 묵직했다.  
“하북의 들판을 지키던 그 힘, 이제 내 곁에서 펼쳐보지 않겠는가?”

문추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문추, 감히 원공께 충성을 맹세하나이다.  
이 몸과 창, 오직 주공을 위해 바치겠습니다.”

원소는 문추를 일으켜 세우며 크게 웃었다.  
“좋다! 오늘부터 그대는 내 장수다.  
하북의 용, 내 곁에서 함께 천하를 논하자!”

그날 밤, 문추는 군막에 홀로 앉아  
창을 조용히 닦았다.  
창끝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결연했고,  
마음 한구석에는 새로운 운명의 불길이 일고 있었다.

‘이제 나는, 더 넓은 세상과 더 큰 싸움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내가 지켜야 할 것은 변하지 않는다.  
힘이란, 약한 자를 위해 쓰는 것.  
그리고, 충성은 나의 이름이다.’

하북의 들판에 새로운 전설이 태어나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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