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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 이야기 - 월드컴, 거짓말의 탑. 한 남자의 욕망이 만든 천국과 지옥

by 이익의 소중함 2025.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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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시피의 작은 도시, 한낮의 햇살이 유리창을 타고 흐르던 1983년 어느 날,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작은 사무실에서 월드컴의 첫 전화가 울렸다. 그곳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그저 평범한 통신 회사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지만, 젊은 사업가 버나드 에버스의 눈빛은 달랐다. 그는 늘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린 이 도시를 넘어서 미국 전체를 연결할 거야. 아니, 세상을 연결하게 될지도 몰라.”

버나드 에버스는 농장주 출신이었다. 사업에 대한 경험도, 통신에 대한 전문성도 부족했지만, 그에겐 남다른 추진력과 사람을 설득하는 재주가 있었다. 그는 투자자들을 찾아다니며 “통신 시장은 곧 폭발적으로 성장할 겁니다”라며 손에 땀이 맺히도록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그 열정에 이끌린 몇몇 투자자들이 자금을 넣었고, 월드컴은 작은 통신망을 깔기 시작했다.

몇 년이 지나자 월드컴은 미국 남부에서 점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에버스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직접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경쟁사들을 인수하는 데 눈을 돌렸다. 브룩스 파이버, MFS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마침내 업계 2위였던 MCI까지. 월드컴은 마치 먹이를 찾아 헤매는 맹수처럼, 거대한 기업들을 하나씩 삼켜갔다.  
“이제 월드컴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장거리 통신사가 됐습니다!”  
언론은 그를 ‘통신업계의 황제’라 불렀고, 월가의 투자자들은 주식 매수 버튼을 미친 듯이 눌렀다.

월드컴의 본사에는 매일같이 축하 파티가 열렸다. 직원들은 “우린 세상을 바꾸고 있다”며 자부심에 가득 차 있었다. 에버스는 사무실을 돌며 직원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여러분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닙니다. 더 높이, 더 멀리 갑시다.”

그러나 그 화려함 뒤에는 어둠이 드리우고 있었다. 인수합병으로 몸집은 커졌지만, 실제 수익은 그만큼 따라오지 못했다. 월드컴의 재무팀은 매 분기마다 ‘기적’ 같은 실적을 만들어내야 했다.  
어느 날, 에버스는 CFO를 불러 조용히 말했다.  
“이번 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 주가가 곤두박질칠 거야. 방법을 찾아봐.”  
CFO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날 밤 회계팀 사무실 불은 꺼지지 않았다.

처음엔 작은 조정이었다. 비용을 자산으로 처리해 이익이 커 보이게 만들었다.  
“한 번만, 이번 분기만 넘기면 돼.”  
하지만 거짓말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음 분기도, 그다음 분기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숫자들은 어느새 110억 달러라는 상상도 못 할 규모가 됐다.

2002년 여름, 월드컴 본사에는 불안이 감돌았다.  
한 직원이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 자산 항목, 왜 이렇게 많죠? 설명이 안 돼요.”  
그는 조심스럽게 상사에게 보고했고, 내부고발자의 이메일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 날아갔다.

폭풍은 순식간에 몰아쳤다.  
월드컴의 회계 부정이 세상에 공개되자, 주가는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됐다.  
직원들은 책상을 정리하며 눈물을 삼켰고, 에버스는 법정에 섰다.  
“저는 회사를 지키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당당하지 않았다.

월드컴의 사무실에는 아직도 누군가의 커피잔이 남아 있다.  
책상 위에는 “우린 할 수 있어”라고 적힌 메모가 희미하게 남아 있다.  
한때 세상을 연결하겠다던 그들의 꿈은, 거짓말 위에 세워진 탑처럼 무너져 내렸다.

이제 월드컴은 없다. 하지만 그 이름은 월가의 경고로 남았다.  
“성공의 그림자에는 언제나 진실을 삼키는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그 교훈은, 오늘도 누군가의 투자 노트 한구석에 조용히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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