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 백마전투, 무안국의 시련
백마 전투의 피비린내가 아직도 진영에 남아 있던 밤, 무안국은 천막 안에 누워 있었다. 어깨와 팔, 옆구리에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고, 그의 손은 여전히 철추를 놓지 못한 채 떨렸다. 밖에서는 동료들의 통곡과, 방열과 목순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바람에 실려 들려왔다. 무안국은 눈을 감고, 전장의 한복판에서 여포의 창끝을 맞았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날의 피와 절규, 그리고 자신이 끝내 쓰러지지 않고 버텼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그는 밤새도록 자신에게 물었다.새벽녘, 공용이 조용히 천막을 들추고 들어왔다. “무안국, 아직 살아 있구나.” 공용의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그 눈빛에는 깊은 슬픔과 피로가 서려 있었다. 무안국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주공, 저는 아직… 싸울 수 있습니다.” 공..
2025. 6. 30.
삼국지 - 순욱의 영천 귀향, 그리고 피난 권유
낙양을 떠난 지 사흘째, 순욱의 마차는 먼지 자욱한 길을 따라 남쪽으로 달렸다.낙양 성문을 빠져나오던 그 새벽, 그는 마지막으로 붉은 성벽을 돌아보았다.도성의 혼란과 피비린내가 아직도 옷깃에 배어 있었다.“공자님, 영천까지는 아직도 이틀은 더 가야 합니다.”하인 진수의 목소리에, 순욱은 창밖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길가에는 피란민들이 줄지어 걸었다.어깨에 짐을 멘 노인, 아이를 업은 젊은 어머니, 말없이 걷는 사내들.그들의 얼굴에는 피로와 두려움이 번져 있었다.순욱은 그들을 바라보며, 자신이 떠나온 조정의 무력함과, 앞으로 닥칠 고난을 생각했다.해가 저물 무렵, 영천의 들판이 눈앞에 펼쳐졌다.논둑에는 겨울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었고, 마을 어귀마다 낯선 얼굴들이 불안하게 서성이고 있었다.순욱은 마차에..
2025. 6.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