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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한글 소설

삼국지 - 문추, 원소 진영의 충견

by 이익의 소중함 2025.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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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의 들판에 봄이 찾아오면, 군영에는 쇠 냄새와 말똥 냄새, 그리고 젊은 병사들의 땀내가 뒤섞여 떠돌았다.  
문추는 새벽마다 군막을 나서, 말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의 손끝에는 늘 굳은살이 박여 있었고, 눈빛에는 결코 흐려지지 않는 결의가 깃들어 있었다.

전장에서는 언제나 문추가 앞장섰다.  
공손찬의 기병대가 북방을 휩쓸던 그 해,  
문추는 선봉에 서서 적진을 향해 돌진했다.  
창끝이 번개처럼 번뜩이고, 말굽 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적장이 외쳤다.  
“저 무명의 사내가 감히 우리를 상대하려 드는가!”  
그러나 문추의 창은 그 말끝을 자르듯, 적장의 목을 꿰뚫었다.  
피비린내와 함성 속에서, 병사들은 그의 이름을 외쳤다.  
“문장군 만세!”

전투가 끝난 밤, 군막에서는 안량과 술잔을 기울였다.  
“오늘은 네가 적장의 목을 땄으니, 내일은 내가 앞장서겠다.”  
안량이 농을 던지자, 문추는 잔을 들어 서로의 창에 부딪쳤다.  
피로 맺은 우정, 그것이 북방 장수들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군영의 밤은 언제나 평화롭지만은 않았다.  
책사 곽도와 전풍이 군의장 회의에서 지도를 펼치며 논쟁을 벌였다.  
“적의 보급로를 끊어야 합니다.”  
곽도의 말에, 문추는 무거운 창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지도 위에서 싸우는 전쟁이라면, 내 창은 필요 없겠지.”  
전풍이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  
“무력만으론 천하를 얻지 못한다네, 문장군.”  
원소가 손을 들어 두 사람을 말렸다.  
“둘 다 내겐 소중하다.  
문추의 창과 곽도의 지략, 둘 다 필요하다.”

전쟁터 근처 마을을 지나던 어느 날,  
문추는 길을 잃은 노파를 발견했다.  
“어머니, 어디로 가십니까?”  
“아들 녀석이 전쟁에 끌려가서… 소식이 없다.”  
문추는 자신의 군량미를 노파의 손에 쥐여주었다.  
“걱정 마시오. 아드님은 내가 꼭 데려오겠소.”  
그날 밤, 그는 몰래 포로수용소를 찾아가 마을 청년들을 구해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 원소의 사촌 원술이 은밀히 문추의 군막을 찾았다.  
“문장군, 그대의 재주를 내게 바치면 두 배의 녹봉을 주겠다.”  
문추는 창날을 원술의 목덜미 앞에 바짝 들이밀었다.  
“내 충성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다시는 이런 말 하지 마시오.”  
이튿날, 원소는 이 소식을 듣고 크게 웃으며 문추의 등을 두드렸다.  
“내가 그대를 믿은 이유를 알겠구나!”

백마 전투를 앞둔 밤,  
문추는 병사들 사이를 돌며 갑옷을 고쳐주고 상처를 소독해주었다.  
어린 병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장군님, 내일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문추는 자신의 투구를 벗어 그 병사 머리에 씌워주었다.  
“이 투구가 널 지켜줄 거다. 내가 약속한다.”

그러나 전장에 서면,  
문추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적진을 향해 돌진할 때, 그의 창은 바람을 가르고  
함성은 천둥처럼 진동했다.  
피와 진흙, 절규와 환호 속에서  
문추는 언제나 가장 앞에 있었다.

전투가 끝난 뒤,  
문추는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채 원소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주공, 적장의 목을 가져왔나이다.”  
원소는 감탄하며 자신의 황금 투구를 벗어 문추에게 씌워주었다.  
“이 투구는 그대의 충성에 비하면 부족하도다.”  
문추는 투구를 쓰고 조용히 맹세했다.  
“이 목숨 다할 때까지, 주공의 그림자 되겠습니다.”

그러나 군막 깊은 곳에서  
문추는 밤마다 창을 닦으며 생각했다.  
‘충성이란, 결국 백성을 지키는 길.  
주공이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그렇지 않다면, 내 창은 누구를 향해야 하는가…’

하북의 밤하늘 아래,  
문추의 충성은  
맹목이 아니라,  
깊은 고민과 결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는 원소 진영의 가장 날카로운 창이자,  
가장 든든한 방패로  
조용히, 그러나 굳건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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