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마 전투의 피비린내가 아직도 진영에 남아 있던 밤, 무안국은 천막 안에 누워 있었다.
어깨와 팔, 옆구리에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고, 그의 손은 여전히 철추를 놓지 못한 채 떨렸다.
밖에서는 동료들의 통곡과, 방열과 목순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바람에 실려 들려왔다.
무안국은 눈을 감고, 전장의 한복판에서 여포의 창끝을 맞았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날의 피와 절규, 그리고 자신이 끝내 쓰러지지 않고 버텼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그는 밤새도록 자신에게 물었다.
새벽녘, 공용이 조용히 천막을 들추고 들어왔다.
“무안국, 아직 살아 있구나.”
공용의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그 눈빛에는 깊은 슬픔과 피로가 서려 있었다.
무안국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주공, 저는 아직… 싸울 수 있습니다.”
공용은 고개를 저었다.
“네가 보여준 용기만으로도, 이 군은 이미 많은 것을 얻었다.
그러나 네 몸을 생각해야 한다.
방열과 목순, 그들의 몫까지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느냐.”
무안국은 고개를 숙였다.
“저는… 그들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공용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살아남은 자의 몫이란, 쓰러진 이들의 뜻을 이어가는 것이다.
네가 다시 일어서는 것, 그것이 곧 그들의 명예다.”
며칠이 흘렀다.
무안국의 상처는 더디게 아물었고,
밤마다 그는 악몽에 시달렸다.
여포의 창이 다시 눈앞에 번쩍이고,
동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날이 밝으면, 그는 붕대를 감은 채로 진영을 돌며 병사들의 훈련을 도왔다.
자신보다 더 깊은 상처를 입은 이들의 곁에 앉아,
말없이 손을 잡아주었다.
어느 날, 연합군이 해산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각지의 군세가 뿔뿔이 흩어지고,
공용의 군영에도 이별의 바람이 불었다.
무안국은 마지막 밤, 조용히 철추를 들고 성벽 위에 섰다.
달빛 아래, 그는 방열과 목순의 이름을 조용히 불렀다.
“내가 살아 있는 한,
너희의 이름을 잊지 않겠다.
이 피와 상처,
모두 내 삶에 새기겠다.”
공용이 다가와 그의 곁에 섰다.
“무안국, 이제 어디로 갈 생각이냐?”
무안국은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저는… 아직 갈 곳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디에 있든,
정의와 의리를 위해 싸울 것입니다.
누군가의 방패가 되고,
약한 자의 편에 서겠습니다.”
공용은 미소를 지었다.
“네가 어디에 있든,
나는 너를 믿는다.
이 시대가 끝나고,
진정한 평화가 오면
그때 다시 만나자.”
이별의 아침,
무안국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진영을 떠났다.
그의 어깨에는 아직 상처가 남아 있었지만,
그 마음에는 새로운 결의가 피어나고 있었다.
길 위에서,
무안국은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나는 이름 없는 장수일지라도,
누군가의 울타리가 되고,
정의로운 검이 되겠다.”
그는 다시 떠돌이의 길을 택했다.
어느 진영에서도,
어느 전장에서도,
무안국의 이름은
의리와 용기의 상징으로
조용히, 그러나 깊이 새겨져 갔다.
그리고 언젠가,
그가 다시 전장에 서는 날,
철추를 쥔 손에는
패배의 상처가 아니라
다시 일어선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진정한 명예와 신념이
빛나고 있을 것이다.
'영어 한글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국지 - 초선, 사실 그녀는 왕윤의 손녀였다. (0) | 2025.06.30 |
---|---|
삼국지 - 무안국, 북해의 별이 지다 (0) | 2025.06.30 |
삼국지 - 무안국, 반동탁 연합의 불길 (0) | 2025.06.30 |
삼국지 - 무안국, 공용과의 운명적 만남 (0) | 2025.06.30 |
삼국지 - 북방의 그림자, 무안국의 탄생 (0) | 2025.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