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탁의 폭정이 천하를 뒤흔들던 해, 북해성의 봄은 유난히도 차가웠다.
공용 태수의 군영에는 각지의 영웅과 장수들이 모여들었고, 그들 사이에서 무안국은 이제 막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더 이상 떠돌이도, 이름 없는 장수도 아니었다.
공용의 신임 아래, 무안국은 북해의 의로운 검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황제의 이름을 빌려 권력을 휘두르는 동탁의 군세가 낙양을 뒤덮었고, 백성들은 도탄에 빠졌다.
공용은 책상 앞에서 밤마다 지도를 펴고 한숨을 쉬었다.
“이대로 두면 천하가 모두 흙탕물이 되겠구나.”
그는 마침내 결심했다.
“연합군에 가담하겠다.
정의가 살아남으려면,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무안국은 공용의 명을 받고, 연합군에 합류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길 위에서 그는 방열, 목순, 그리고 각지에서 모여든 젊은 장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연합군 진영은 마치 살아 있는 용처럼 거대하고,
진중에는 각자의 야망과 두려움, 그리고 정의에 대한 신념이 뒤섞여 있었다.
첫날 밤, 불빛 아래에서 방열이 술잔을 내밀었다.
“무안국 형, 내일은 우리 둘 중 하나가 전장에서 이름을 남기겠지.”
목순이 웃으며 덧붙였다.
“아니지, 여포가 우리를 모두 베어버릴지도 몰라.”
무안국은 잔을 들고 조용히 말했다.
“우리가 지키는 건 이름이 아니라, 백성의 삶이다.
내일, 누구도 물러서지 말자.”
전투의 날, 백마 벌판은 안개와 피로 뒤덮였다.
여포가 군마를 타고 나타나자, 연합군의 진영은 잠시 흔들렸다.
방열이 먼저 앞으로 나섰고, 목순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여포의 창이 번개처럼 휘둘릴 때마다,
한 명씩, 또 한 명씩 장수들이 쓰러졌다.
무안국은 두려움을 삼키고 철추를 높이 들었다.
“이 한 몸, 오늘 여기서 다하리라!”
그는 여포를 향해 돌진했다.
철추와 방천화극이 부딪히며 불꽃이 튀었다.
열 합, 스무 합—피와 땀이 뒤섞인 격전이었다.
방열과 목순이 쓰러지는 모습을 본 무안국의 눈에는 분노와 슬픔이 뒤섞였다.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 여포의 갑옷을 노렸으나,
여포의 창날이 그의 어깨를 깊게 베었다.
피가 솟구치고, 무릎이 꺾였으나 무안국은 쓰러지지 않았다.
“무안국, 물러서라!”
공용의 부름이 들렸지만, 그는 다시 일어섰다.
“정의는, 여기서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여포의 두 번째 공격에 그는 철추를 놓치고,
피투성이가 되어 전장의 흙 위에 무릎을 꿇었다.
그때, 동료 장수들이 달려와 그를 감쌌다.
공용의 군사들은 무안국을 부축해 진영으로 데려갔다.
그의 의복은 피로 젖었고, 숨은 거칠게 끊어졌다.
그러나 무안국의 눈빛은 살아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 진영 한쪽에서 방열과 목순의 시신이 발견됐다.
무안국은 그 곁에 앉아 조용히 속삭였다.
“내가 살아남은 것은, 너희의 몫까지 싸우라는 뜻일 것이다.
이 피와 눈물을 잊지 않겠다.”
공용은 무안국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네가 보여준 용기와 신념이,
이 군의 희망이다.
정의는 언젠가 반드시 살아남는다.”
그날 밤, 무안국은 천막 안에서 상처를 싸매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빛이 희미하게 흔들리는 밤,
그는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나는 이름 없는 한 장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내 힘이,
누군가를 지키는 방패가 될 수 있다면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설 것이다.’
동이 트기 직전,
무안국은 조용히 철추를 들고 일어섰다.
피로 물든 손바닥,
그러나 그 안에는
포기하지 않는 신념이
고요하게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이렇게 무안국은 연합군의 불길 속에서
자신의 길을,
그리고 진정한 무사의 신념을
조용히, 그러나 굳건히 세워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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